[넷플릭스 영화 리뷰] 그린북 : 분열 속 존엄과 우정의 여정

그린북은 단순한 친구들 사이의 로드무비가 아닙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여전히 만연했던 인종차별, 계급, 인간 관계를 따뜻하게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와 그의 백인 운전사가 증오의 땅을 지나며 발견한 것은 예상치 못한 우정과 존중이었습니다.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북은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두 남성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우정의 실화를 담고 있습니다. 피터 패럴리 감독이 연출하고, 196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이며, 동시에 논쟁적인 방식으로 인종, 특권, 공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닥터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는 세계적인 흑인 피아니스트이며, 미국 남부로의 콘서트 투어를 앞두고 있습니다. 토니 “립” 발레롱가(비고 모르텐슨)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바운서로, 돈 셜리의 운전사이자 경호원으로 고용되게 됩니다. 이 둘은 단 한 권의 책 — 흑인 운전자들을 위한 안전 안내서 그린북 — 과 서로에 대한 이해심 하나만을 가지고 위험한 여정에 나섭니다.


1. 풍경 너머를 보여주는 로드무비

그린북은 전형적인 로드무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여정은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미국 남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문화적 단절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여정의 매 정거장은 새로운 부조리와 마주하게 합니다. 돈 셜리는 호텔 입장이 거부되고, 경찰의 조롱과 차별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 속에서, 소소한 친절과 연대가 쌓이며 분노보다 더 강한 감정 — 다른 상대방과 그의 세계에 대한 이해 — 가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도로는 단순한 경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존엄’과 ‘자각’을 향해 나아가는 감정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2. 돈 셜리: 고귀함 속 고립

마허샬라 알리는 돈 셜리를 섬세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표현합니다. 그는 천재적인 음악가이며, 예술적 취향이 세련되고 고상하지만, 동시에 철저히 외로운 인물입니다. 백인 사회에 속하기에는 지나치게 흑인이고, 흑인 사회에 속하기에는 지나치게 고상한 취향의 그는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합니다.

알리는 돈 셜리의 내면적 고뇌를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그는 동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 오직 존중을 원합니다. 그러나 여행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그의 고립이 사회적 차원만이 아니라 깊은 개인적 고통임을 알게 됩니다.

토니와의 관계는 그의 감정의 벽을 조금씩 허물며, 약함이 아니라 ‘연결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게 만듭니다.


3. 토니 립: 편견, 자존심, 그리고 변화

비고 모르텐슨의 토니 립은 시끄럽고 고집 세며 편견으로 가득 찬 인물로 그려집니다. 영화 초반 그는 흑인 수리공이 사용한 유리컵을 버릴 정도로 그 스스로가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을 드러냅니다. 그는 증오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편견 속에 살아갑니다.

그러나 토니는 동시에 솔직하고, 호기심 많으며, 변화 가능성이 있는 열린 태도를 가진 인물입니다. 여정이 진행되며 그의 시야는 강의나 비판이 아닌, 직접 겪는 경험을 통해 서서히 확장됩니다. 셜리의 침착함, 재능, 그리고 조용한 강인함은 토니의 고정관념을 조금씩 허물어뜨립니다.

그의 변화는 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입니다. 그는 완벽해지지 않지만, 분명히 더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관객들은 진정성을 느끼게 됩니다.


4. 그린북: 분리된 세상 속 안전 지침서

영화의 제목 그린북은 실제 존재했던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흑인 운전자들이 차별 없는 식당, 숙소 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였습니다.

영화 속 그린북은 직접적으로 강조되지는 않지만, 그 상징성은 분명합니다. 셜리의 위험은 단순한 설정이 아닌, 실질적인 생존의 문제임을 상기시킵니다. 재능과 명성이 있어도, 그는 여전히 보호받아야 했습니다.

이 책은 또한 흑인들이 얼마나 조용히, 끈질기게, 그리고 굳건하게 그 시대를 버텼는지를 상징합니다.

영화 그린북의 토니와 셜리 : 영화는 표면적으로 셜리가 겪은 흑인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 하지만 속을 드려다 보면 토니가 겪은 이민자에 대한 차별도 만만치 않다.
영화 그린북의 토니와 셜리 : 영화는 표면적으로 셜리가 겪은 흑인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 하지만 속을 드려다 보면 토니가 겪은 이민자에 대한 차별도 만만치 않다.

5. 긴장 속 따뜻함과 유머

그린북은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진심 어린 유머를 곳곳에 배치해 감정의 균형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토니가 셜리에게 프라이드 치킨을 먹게 하는 장면이나, 편지를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인간적 유대를 느끼게 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효과적인 이유는 단순한 ‘웃긴 상황’이 아니라, 진심에서 비롯된 관계의 따뜻한 순간을 잘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유머는 방어를 무장해제시키고, 변화와 성장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영화는 감정적으로 풍부하며, 정치적으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진심을 담아 말합니다. 진보는 깔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느리고, 복잡하며, 결국은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결론 : 간극을 메우는 여정

그린북은 비판도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지점에서는 성공한 영화입니다. 그것은 결함 있는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어떤 위대한 해결책도, 유토피아적 결말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단 하나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 변화는 공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주제는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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