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는 단순한 성장 드라마가 아닙니다. 소리와 침묵, 그리고 자기 발견을 아우르는 감성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어떻게 청각장애 문화와 가족 간의 다리를 놓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용기를 보여주는지 살펴보세요.
2021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코다는 ‘소리’와 ‘그 부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깊이 있는 인간 드라마입니다. 시안 헤이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 라 파미유 벨리에의 리메이크로, ‘속해 있음’과 ‘떠날 자유’ 사이의 갈등을 진솔하게 담아냅니다.
주인공은 매사추세츠 주 글로스터에서 살아가는 루비 로시(에밀리아 존스 분). 그녀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청인으로, 청각장애 가족과 세상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세상의 교차점인 그녀는 낮에는 가족의 고기잡이 일을 돕고, 밤에는 음악이라는 자기만의 꿈을 키워가는 루비는, 책임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갑니다.
1. 루비 로시: 두 세계 사이에서 길을 찾다
루비의 삶은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 존재의 번역으로 이어집니다. 그녀는 가족의 통역자이자, 청각세계와 비청각세계 사이의 중재자입니다. 동시에, 그녀는 가족 내에서 꼭 필요하지만, 때론 존재감이 지워진 존재이기도 합니다.
에밀리아 존스는 이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불확실한 십대의 불안과 고요한 내면의 힘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녀의 여정은 단지 음악을 향한 길이 아니라, ‘욕망해도 괜찮은가’라는 허락을 구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고 싶은 욕구, 이기적일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집을 떠날 자유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2. 로시의 가족: 소리는 없지만 사랑은 크다
코다가 특별한 이유는 청각장애 가족을 ‘부담’으로 그리지 않고, 그 자체로 강한 공동체로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프랭크(트로이 코처), 재키(말리 매틀린), 리오(다니엘 듀런트)는 유쾌하고, 개성이 넘치며, 성적이며, 고집도 셉니다. 이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온전한 가족입니다.
영화는 청각장애를 미화하거나 비극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일상의 불편함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웃음과 따뜻함도 함께 담아냅니다.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특히 트로이 코처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그의 생생한 신체 표현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3. 음악: 도피가 아닌 확장의 길
루비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가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확장하는 통로입니다. 그녀의 음악 교사 빌라로보스 선생님(에우헤니오 더베즈)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버클리 음대 오디션을 준비하도록 격려합니다. 루비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능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감정의 전장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이 ‘들을 수 없는’ 꿈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루비가 부모를 위해 수화를 하며 노래하는 장면은 영화사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 순간 음악은 언어를 초월하는 감정 그 자체가 됩니다.

4. 표현과 존중의 영화
코다는 단지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대표성과 진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실제 청각장애 배우들이 출연하고, 미국식 수화(ASL)를 정확히 반영하며, 주류 영화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루비의 가족을 ‘감동 포르노’처럼 소비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부족함으로 정의되지 않으며, 그들의 청각장애는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결코 한계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청각장애 문화를 존중하고, 복합적으로 그려낸 코다는 연민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5. 가족, 정체성, 그리고 놓아주는 용기
코다는 결국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를 묶는 유대와, 그것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반드시 ‘함께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때론 떠나는 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일 수 있고, 그 거리를 견디는 힘이야말로 진짜 유대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프랭크가 루비의 목에 손을 대고 그녀의 노래를 ‘진동으로’ 느끼는 장면입니다. 아무 말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야말로 가장 많은 감정을 전달합니다.
결론: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노래
코다는 보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는 영화입니다. 표현은 반드시 소리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연결은 말보다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인물, 연기, 그리고 조용한 진실을 통해 이 영화는 ‘침묵과 목소리의 조화’를 완성합니다.
이것은 성장 서사이며, 가족에 대한 사랑의 편지이고, 누구나 ‘들려야 한다’는 감동적 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