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리뷰] 블론드: 마릴린 먼로를 재해석하는 세 가지 시선

넷플릭스 영화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그려냅니다. 이 글에서는 여성주의적 비판, 심리학적 통찰, 문화적 해석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이 영화가 그녀의 유산을 어떻게 재정의했는지를 분석합니다.


넷플릭스 영화 블론드는 앤드루 도미닉 감독이 연출하고, 조이스 캐롤 오츠의 논픽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전형적인 전기 영화 대신, 이 작품은 마릴린 먼로라는 상징을 부수고, 그녀가 겪은 트라우마, 정체성의 혼란, 착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심리 드라마입니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먼로의 실명인 노마 진 모텐슨 역할을 맡아, 외모적 변화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철저히 몰입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감과 불편함,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적 도전이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블론드를 해석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관점을 통해, 이 영화가 마릴린 먼로의 유산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블론드에서 노마진 역으로 분한 아나 데 아르메스 : 그녀의 몰입감 있는 연기와 사실적인 분장과는 별개로, 그녀의 삶의 이면을 비추는 연출방식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1. 페미니즘적 시선: 권력, 고통, 그리고 응시의 문제

블론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 중 하나는, 먼로가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소외되는 장면들입니다. 영화는 그녀가 할리우드의 권력자들, 심지어 대통령에게까지 어떻게 착취당했는지를 반복적이고 노골적으로 묘사합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그녀가 겪은 성적 폭력을 드러내고 있지만, 동시에 일부 관객에게는 재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 영화는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이 작품은 여성 억압을 고발하는가, 아니면 그 폭력을 또다시 재현하는가? 남성 중심 시선을 고발하려다 되레 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지자들은 블론드가 할리우드 시스템의 여성 착취 구조를 정면으로 조명했다고 평가합니다. 반면 비판자들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불필요하게 고통을 강요하고, 먼로의 고통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고 말합니다.

이 논쟁은 궁극적으로 예술과 윤리의 경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예술은 고통을 드러낼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2. 심리학적 시선: 이중성 그리고 해체된 자아

블론드는 정체성의 분열을 다룬 심리극이기도 합니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하나의 인물을 두 가지 방식으로 연기합니다. 대중이 아는 ‘마릴린 먼로’와, 그녀 본래의 존재인 ‘노마 진’입니다. 영화의 비선형적 구조와 몽환적인 영상, 흐트러진 시간 구성은 이 인물의 내면 분열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영화 속 먼로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조절하지 못합니다. 대중이 원하는 ‘마릴린’은 항상 그녀의 곁에 있으며, 진짜 자신은 점점 사라져 갑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인정을 갈구하면서도, 그 인정이 자신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영화는 그녀의 우울증, 유기 불안,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그 영향은 뚜렷합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갈망은 몽환적인 장면들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그녀가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서지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심리적 해체는 단지 먼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이상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입니다.


3. 문화적 시선: 상징에서 인간으로

마릴린 먼로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문화 아이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녀의 이름, 노마 진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블론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 영화는 ‘마릴린’이라는 가공된 인물이 어떻게 ‘노마’를 지워버렸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먼로의 죽음을 단순히 개인의 불행이 아닌, 사회적 소비 구조의 결과로 해석합니다. 대중은 그녀의 미소와 섹시함, 연약함을 사랑하면서도, 그 이면의 고통에는 무관심했습니다. 그녀는 감정도, 주체성도 부정당한 채 ‘이미지’로만 존재하게 됩니다.

블론드는 이러한 문화적 신화를 해체합니다. 그것은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 불편함을 통해 우리는 한 인간의 진짜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4. 시각 언어와 감각적 연출: 심리의 영화화

이 영화의 연출은 서사만큼이나 대담합니다. 앤드루 도미닉 감독과 촬영감독 체이스 어빈은 컬러와 흑백, 와이드와 4:3 화면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청자가 정신적으로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형식적 실험은 먼로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반영하며, 단순한 영상미를 넘어 감정의 장치로 작동합니다.

사운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사의 왜곡, 갑작스러운 소음, 배경음악의 과장된 변화는 관객이 ‘이 인물의 혼란’을 직접 체험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겪는’ 영화가 됩니다.


결론: 경이로운 악몽인가, 과잉된 고통인가?

블론드는 분명 모든 이에게 편안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것은 따뜻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잊히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마릴린 먼로라는 신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녀는 전설이기 전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녀의 고통을 예술로 소비하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신화 만들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함께 생각해볼 질문들:

  •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릴린 먼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 블론드는 공감을 제공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녀를 다시 상처 입혔다고 보시나요?
  • 실존 인물의 트라우마를 예술로 재현할 때, 어떤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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